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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꼼지락
2007. 3. 31. 20:13
제논의 역설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아킬레스는 절대로 거북이를 따라 잡을 수 없다는 역설이 있는데요. 내용은 다음과 비슷합니다.

아킬레스가 거북이보다 달리는 속도가 100배 빠르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둘은 200m 경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차이가 많이 나는 관계로 아킬레스가 거북이보다 100m쯤 뒤에서 출발합니다. 결국 거북이는 100m, 아킬레스는 200m를 달리는 경기를 하는 것입니다. 경기가 시작! 아킬레스와 거북이는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이때부터 역설이 시작됩니다. 아킬레스가 거북이가 있는 자리까지 열심히 달려오면, 거북이는 아주 조금이긴 하지만 어쨌든 아킬레스보다 앞에 있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아킬레스가 거북이가 있는 조금 앞까지 오면 거북이는 또 앞으로 조금 전진하게 됩니다. 이런 식의 일이 반복되다보면 무한대의 시간이 흐른다고 해도 절대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앞지를 수 없습니다. 다만 엄청나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뿐입니다.

이 역설에서 잘못된 점을 찾아보라고 하면 '속도'라는 개념이 사용되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킬레스의 달리기 속도를 100m/s, 거북이의 속도를 1m/s라고 한다면[각주:1] 아킬레스가 200m를 갈 때, 거북이는 2m 밖에 못가니까 아킬레스는 2초만에 이긴다.

물론 설명은 맞습니다. 위 설명은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것이 있습니다. 2초후의 상태를 상상하는 새로운 관점을 재시했을 뿐, 왜 역설이 틀렸는지를 설명해 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디서 저 역설이 틀렸는지 알아봅시다.

처음에 아킬레스가 거북이가 있는 100m 앞까지 달려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1초 입니다. 그럼 그동안 거북이는 1m 앞으로 가 있을 것입니다. 그때부터 아킬레스가 거북이가 있는 1m 앞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1/100초 입니다. 그리고 다시 거북이는 0.01m 앞에 가 있겠지요. 그럼 이제 아킬레스가 다시 거기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1/10000초 입니다. 무엇인가 규칙이 보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아킬레스가 자신의 앞에있는 거북이의 자리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100분의 1씩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거북이와 아킬레스가 만나게 되는 시간은 언제가 될까요? 무한등비수열의 합의 공식을 사용해 봅시다.

초항은 1 이고 공비는 0.01 이군요.
둘이 만나는데 걸리는 시간 = 1/(1-0.01) = 100/99 = 1.0101010101010101.....
역설에서 처럼 무한대의 시간이 지나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약1초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만나게 되네요.

그러면 둘은 어디서 만날까요? 이때 공비는 똑같이 0.01이 되지만 초항이 100이 됩니다. 그럼 걸리는 시간보다 100배 많은 101.0101010101...m 에서 둘이 만나게 됩니다.

1초가 조금 지난 후 101m 쯤에서 아킬레스와 거북이는 둘이서 만나게 됩니다. 그럼 그때부터 새로운 달리기 경주를 한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이길 수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따라서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이길 수 있는 이유는 둘이 만나게 되는 시간과 거리가 무한대가 아니라는 점에 있는 것입니다. 즉, 어떤경우에는 무한개의 숫자를 더한다고해서 무한대가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각주:2]
  1. 물론 100m/s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만 계산의 편의를 위해서^^ [본문으로]
  2. '이런 경우 수열의 합이 특정값에 수렴한다 라고 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수학1 과정에 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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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ating | 2008.03.08 22:43 신고 | 절대주소 | 수정/삭제 | 댓글
아주 멋진 설명입니다^^
무한수열의 합이 수렴할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도 적용되는군요ㅋ
yg | 2009.07.11 12:00 | 절대주소 | 수정/삭제 | 댓글
논리적으로는 틀린곳이 없는 반박입니다. 아니.. 사실 반박 자체가 무의미하긴 하죠. 왜냐하면 사람들도 제논의 주장이 상식적인 견지에서 틀렸다는걸 어렴풋이는 인식하기 때문에 "역설"이라고 칭하는 것이니까요. 핵심 포인트는 그 말로 표현하기 애매한 틀린 부분을 어떻게 설명하느냔데요.

이렇게 무한급수의 성질을 이용한 (제논의 역설에 대한) 반박의 단점은 "무한급수"또는 "무한급수의 수렴"이라는 개념자체가 일반인들에게는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이라는 것이지요. ( 0.999... = 1 에 대한 인터넷 상의 엄청난 논쟁을 생각해 보시면 무슨 말인지 알겁니다.) 즉 0이 아닌 어떤 수들을 무한히 더하는데도 경우에 따라 그 합이 무한대가 되지않을 수도 있다는 수학의 정리 자체가 일반인들에게는 제논의 역설 이상으로 역설로 받아들여 질 수 있는것입니다.

(또 한가지 사소한 문제는 원래 문헌에는 둘의 속도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가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원래 문헌에는 "아킬레스는 그리스 최고의 주자이고 거북이는 그리스에서 제일 느린 동물이다" 정도로 표현되는 걸로 기억납니다. 이 경우 반박하는 사람이 자의적으로 "자, 예를들어서 아킬레스가 거북이 보다 2배 빠르다고 하자. 이것을 무한급수로 써 보면.." 이라고 운을 뗴는 순간 듣는 사람이 "왜 그걸 마음대로 정하냐? 혹시 니 주장을 합리화 하려고 유리하게 속도를 정한거 아니냐?"고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받아 들일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청중을 이공계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으로 가정한다면 제논의 역설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단어 사용의 모호함에서 오는 혼란"이라고 대답하는것이 낫다는 생각입니다. 예를들어

" 거북이는 아주 <조금>이긴 하지만 ... 그리고 다시 아킬레스가 거북이가 있는 <조금> 앞까지 오면 거북이는 또 앞으로 <조금> 전진... " (아시다시피 아킬레스가 속도가 빠르므로 둘 사이의 격차는 계속해서 줄어듭니다. 그런데 <조금>이라는 표현을 중복함으로써 마치 이 거리가 상수인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 이런 식의 일이 반복되다보면.." (이 말안에 결국 아킬레스가 영원히 거북을 못따라잡는다는 결론이 들어있기 때문에 이것은 실험의 과정에 대한 중립적인 기술이 아닌, 증명해야 할 주장입니다.)

아킬레스와 거북이를 제외하고도 현대까지 전해지는 제논의 역설이 3종 정도 더 있는데요. 찾아보면 다 이런식으로 표현의 애매함을 노린것을 눈치 챌 수 있습니다. 예전에 저도 제논의 역설에 대해서 몇달정도 고민하고 책도 뒤져 본 적이 있어서 그때 했던 단상들을 리플로 적어 본 것입니다. 혹시 제논의 역설을 비롯한 여러가지 역설에 대해 관심있으시다면 Sainsbury의 "Paradoxes"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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